[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유럽의 패션 산업에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구찌, H&M과 같은 유명 브랜드에 공급하는 수천개의 소규모 공장들이 비용 급등으로 멈출 위기에 처했다. 일부 브랜드는 러시아산 에너지를 계속 공급받는 튀르키예(터키)에서 생산을 늘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유럽의 섬유·의류기업들이 비용 상승에 시름하고 있다.

유럽섬유의류산업연합회(EURATEX)에 따르면 유럽 섬유제조기업 상당수가 생산 비용에서 차지하는 에너지 비용이 5%에서 25%로 급등하며 이윤이 줄었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섬유제조기업을 운영하는 알베르토 파카넬리는 지난 7월 가스비가 전년도 9만유로에서 66만유로로 치솟았다고 토로했다.

전력 소모가 큰 방적부터 염색 작업에 이르기까지 모두 고통이 가중되고 있지만, 값싼 중국산과 경쟁해야 하는 업체들은 비용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고 WSJ는 전했다.

공급업체들에 따르면 이미 일부 브랜드는 이탈리아와 같은 나라에서 생산 원가가 낮은 터키 등 다른 나라로 생산을 옮기고 있다. 튀르키예는 러시아로부터 값싼 가스와 석유를 계속 공급받아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전역의 천연가스 가격은 1년 동안 10배 가까이 상승했다. 러시아가 유럽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유럽향 가스를 차단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심화됐다.

이는 값싼 러시아산 가스에 힘입어 공장을 운영해온 소규모 회사들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고급 양모제조업체 마우리치오 사티는 “가격을 정하면 가스 비용이 두배가 된다”며 “가격 상승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자라, H&M 등 브랜드에 양모 제품을 공급하는 엔리코 가티는 전기료가 더 낮은 저녁 시간 동안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다가오는 겨울 유럽이 에너지 대란을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지만 섬유제조기업들은 유리, 금속 등 다른 산업보다 덜 필수적인 산업으로 간주되며 지원에서 후순위로 밀릴 것을 우려했다.

유럽섬유의류산업연합회의 더크 밴티겜 국장은 “새 셔츠가 부족하면 세상의 종말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패션 산업이 인공 관절, 자동차 타이어 등 기술 및 의료용 섬유의 광범위한 생산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